"한국, 中 급성장 대비 소홀땐 타격"

작성자
서울경제
작성일
2007-05-04 00:00
조회
2477
"한국, 中 급성장 대비 소홀땐 타격"
초청 강연차 방한 데이비드 헤일 (헤일어드바이저 회장)

中 10년내 최대수출국…FTA 美비준 지연되면 美, 中에 주도권 뺏겨

인터뷰=김승연기자 bloom@sed.co.kr


“중국이 앞으로 10년 내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부상,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것입니다.”
시카고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는 헤일어드바이저 창립자인 데이비드 헤일(56) 회장은 3일 세계경제연구원에서 개최한 특별 초청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한국이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에 적절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성장동력인 수출 분야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일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잘 되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그를 만나 세계 경제 전반에 관해 들어봤다.

- 한국의 수출이 최근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중국의 성장에서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중국은 현재 중간재를 구입해 가공을 거쳐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0년 내 세계 최고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하고,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기술도입을 확대해 중간재 생산 이전의 과정까지도 섭렵한다면 한국은 물론 미국에도 커다란 타격이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비준안 통과를 둘러싸고 반대 의견이 많은데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 미국은 한국과의 자유무역을 성사시키면서 파나마ㆍ페루ㆍ콜롬비아와도 FTA를 타결시켰습니다. 만약 한국과 FTA가 잘되지 않는다면 이들 나라와의 자유무역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과의 FTA가 비준되면 미국은 아시아 내에서 그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아시아에서 밀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경우 미국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미국 일각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 미국 의회, 즉 민주당의 보호무역 목소리가 큰 게 사실입니다. FTA에 노동 관련 내용을 삽입하려 하는 데 한국에는 아직 강성노조가 건재합니다. 이런 것을 미뤄보면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한국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민주당 위원이 협상카드를 내미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미국 경제는 1ㆍ4분기 1.3% 성장하는 데 그쳐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등 주택경기가 상당한 영향을 주었는데요.

▦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경제 전반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맞습니다. 주택건축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적어도 수개월은 지나야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몇 개월 사이 미국 경제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택경기 불황과 함께 경제성장도 주춤해지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자금 유동성이 안전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비자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 남아 있습니다.

- 중국 경제가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이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에 주는 파급효과는 무엇일까요.

▦ 중국의 성장률이 최근 수년간 두자릿수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증시도 올 들어 40%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는 등 활황기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투자수익 증가율이 서서히 안정세를 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중국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 또 중국의 성장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무역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까.

▦ 중국이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는데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수출의 25%가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미국은 중국에 중요한 시장입니다. 올 여름 이후 중국의 무역 추이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계속 미국 무역적자를 지속시킬 경우 미국은 반덤핑 관세 등을 통해 대중 적자를 줄이려 할 것입니다.

-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 그렇습니다. 이미 지난 1년반 동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미 1조2,000억달러를 넘었습니다. 대단한 금액이지요.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제어할(neutralize)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중국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위안화 절상입니다. 중국은 위안화를 4.5% 정도 절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날수록 중국에 대한 압력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 절상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 그렇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보유 외환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50억달러를 투자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지급준비율을 높여 과잉유동성을 막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준율 결정을 중국 은행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내린다는 데 있습니다.

- 일본은 주택시장이 살아나는 등 성장세에 있는데도 내수침체 때문에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언제쯤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보나요.

▦ 일본 엔화은 아주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 같습니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가 1.5%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 물가상승에 따라 내년쯤 금리가 0.5~1%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는 완화된 긴축(moderate tightening)정책을 실행하는 것도 매우 꺼리고 있습니다.


● 데이비드 헤일은 누구

국제경제 문제에 정통한 이코노미스트로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헤일어드바이저를 창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기업 뉴스를 제공하는 '차이나 온라인'을 운영하는 등 중국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도 10차례 이상 방문하는 등 아시아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조지타운대학의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정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77년부터 켐퍼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95년부터 2002년까지는 취리히 파이낸셜서비스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현재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RB) 자문위원회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경쟁시장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미비즈니스경제학협회(NABE), 뉴욕증권애널리스트협회(NYSSE) 회원이기도 하다.


입력시간 : 2007/05/03 19:01
수정시간 : 2007/05/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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