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국인 없는 외국자본 원하나”

작성자
문화일보
작성일
2007-06-12 00:00
조회
2318
“한국, 외국인 없는 외국자본 원하나”
세계 경제 전문가 한국경제에 일침

기사 게재 일자 : 2007년 06월 12일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일부 한국인들은 외국인 없는 외국자본을 원하는 것 같다.”

글로벌 금융그룹인 HSBC은행 회장을 지낸 데이비드 엘던(David Eldon)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이 한국의 ‘반(反) 외자 정서’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엘던 회장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미국국제금융연합회(IIF) 공동주최로 열린 ‘세계화 시대의 한국 금융산업’ 국제금융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두바이와 HSBC가 성공한 비결은 세계화가 제공하는 혜택을 기회로 삼아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주식회사 한국’은 세계화에 대한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엘던 회장은 “한국의 정부 고위 관료들은 ‘한국경제의 개방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외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이고 자유무역협정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아직 외국인들의 국내경제 참여를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인식은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관료들은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이익의 대부분을 챙겨가는 반면, 한국 투자자들은 손실을 본다’고 함부로 말한다고 엘던 회장은 비판했다.

엘던 회장은 “그러나 두바이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개방이 성공을 가져왔다”면서 “두바이의 국제금융센터에서 영업하는 외국 은행들은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익에 대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이윤 송금에도 전혀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던 회장은 이어 “주식회사 한국의 경쟁력은 결코 저비용에 있지 않다”면서 “한국 금융분야의 자유화 속도와 범위가 향후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엘던 회장은 이와 함께 “한국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신용카드사 등에 대한 과도여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한국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엘던 회장은 “한국은 현재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향후 20년 이내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중국의 사이에 있다는 ‘지정학적인 축복’을 받았다”면서 “문제는 한국이 이같은 기회를 꽉 붙들 수 있을지 여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서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의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파생상품과 관련 시장이 큰 혜택을 향유하게 될것”이라며 “반도체 디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과 신용파생상품 등이 한국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고 국가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반도체에 대한 헤지(위험회피)수요도 많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 반도체회사의 헤지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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