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의회 비준 여부 차기 미 대통령 중대 과제”

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
2008-05-31 00:00
조회
17819

“한·미 FTA 의회 비준 여부 차기 미 대통령 중대 과제”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


“미국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여부는 미국이 자유무역 국가로 남느냐, 아니면 보호주의 국가로 가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제임스 베이커(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조선호텔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이 풀어야 할 세계적 도전’이란 주제로 한 조찬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재무장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정권에선 국무장관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부시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해병대 중위로 한국전쟁에 참여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FTA 비준은 차기 미국 대통령의 중대 과제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미국의 국가 정체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 통과에 성공하면 미국이 자유무역 수호자라는 역사적 의무를 다하게 되지만, 실패하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 보호주의 장벽을 더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보호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놓고 다투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노동자 표를 의식해 “한·미 FTA가 한국에 유리한 협정인 만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커 전 장관은 “한국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기로 보호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는데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말했다. 또 “역동적인 한국은 세계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며 “세계화는 위협이 아닌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갈등을 빚을 때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친구들도 때로 다투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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