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미(美)의회 통과 가능성 충분 양국 정치인들 국익이 뭔지 고민해야"

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
2008-05-31 00:00
조회
4949

"한·미 FTA 미(美)의회 통과 가능성 충분 양국 정치인들 국익이 뭔지 고민해야"

박두식 기자 dspark@chosun.com


제임스 베이커(Baker) 전 미국 국무장 관이 29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조선 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문 제, 한·미 FTA 등에 관한 생각을 이야 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제임스 베이커(Baker·78) 전(前) 미국 국무장관은 30년 이상 한·미관계를 지켜본 미국 외교의 원로 중 한 사람이다. 아버지 부시(Bush) 전 대통령 재임 때 국무장관을 지냈고, 레이건 정부에선 백악관 비서실장과 재무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부시 현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로 현역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 강연 등을 위해 28일 내한한 베이커 전 장관은 2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사가 그렇듯 나라 간의 관계에서도 긴장(tension)은 있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옳은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쇠고기 문제나 한·미 FTA를 보는 그의 생각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쇠고기 시위의 본질은 '보호주의(protectionism)'에 있다"며 "한·미 정부는 국내적인 보호주의 경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물건을 많이 파는 수출국들이고,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만큼 그에 걸맞게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베이커 전 장관에게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관한 의문은 우문(愚問)에 불과했다. "매일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한·미 양국 정치인들은 이제 한발 뒤로 물러서서 정직하게 무엇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했다. 또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를 통과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다만 현재의 한국 내 쇠고기 시위를 보면 미국 의회와 국민 사이에서 '유예적 분위기'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 두 나라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7월로 예상되는 부시 대통령의 답방(答訪) 등을 통해 '신전략적 동맹(New Strategic Alliance)'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미관계를 지탱해온 근본과 필수적 요소들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베이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첫해인 2003년 말 한국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했을 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부시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했었다. 또 이라크전쟁 해법을 찾기 위한 초당적인 '이라크 스터디그룹(ISG)'의 공동 의장으로 부시 대통령의 고문 역할도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던 부시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로 선회한 배경을 묻자 "북핵 해결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히려 변화를 주겠다고 나서는 유연함을 발휘한 것은 성숙한 외교적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자회담은 군사적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베이커 전 장관은 29일 한승수 총리와 오찬을 하는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뒤 31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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