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라 IIF 총재, “한국사회 개방된 사고방식 필요”

작성자
이투데이
작성일
2008-09-17 00:00
조회
2098

달라라 IIF 총재, “한국사회 개방된 사고방식 필요”
당장의 불안정성보다 중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해야
임의택기자 [ ferrari5@e-today.co.kr ]


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은 서울 세계무역포럼의 일환으로 찰스 달라라(Charles Dallara) 미국 국제금융연합회(IIF) 총재를 초청,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 및 아시아 경제·금융의 전망’을 주제로 특별조찬강연회를 개최했다.

찰스 달라라 총재가 재임하고 있는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세계 360여개 금융기관의 연합체로 국제금융분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달라라 총재는 미 재무부 차관보, 수석정책자문위원, 차관 등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JP모건의 매니징 디렉터로로 신흥시장 리스크 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세계 최고급의 경제·금융 전문가이며 1993년부터 15년간 IIF 총재직을 맡고 있다.

찰스 달라라 총재는 특강에서 “세계금융시장은 1920년대 이래 가장 큰 고비를 겪고 있다”면서 “오늘날의 금융시장은 유례없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제도나 개인적인 결정정책자들에게 엄청난 시간적 압박을 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오늘날의 금융위기를 세 가지 요소의 작용 결과로 진단했다. 우선 세계경기 호황 및 세계금융시장의 넘쳐나는 유동성이 기업들의 단기이익, 단기실적에 대한 과욕으로 이어졌고 이는 금융규율 기강의 해이를 불러일으켰다는 것. 또 대형 글로벌금융기관들의 리스크관리체제의 저하는 투자기관들이 충분한 정보 및 이해 없이 투자를 감행하는 사태를 나았다. 투자결정에 있어 완벽한 정보의 습득 및 이해는 어렵지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문제는 오늘날 금융시장의 복잡한 상혼연계성은 더욱더 이러한 이해 및 자기 투자결정에 대한 확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흡한 규제 및 감독 체제가 미국 모기지 시장의 위기 등 시장에서 무책임하고 때로는 부도덕적인 행동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위기는 모기지 브로커, 인수기관, 신용등급기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 모두가 잘못한 결과라고 그는 진단했다. 이러한 제도적 취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며 이러한 극복은 여러 단계의 개혁을 걸쳐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금융이 주가 아니라 글로벌경제, 즉 생산이 주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뉴욕 월가의 많은 금융기관들은 사실 파산이 아니라 고객의 신뢰 상실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달라라 총재는 강연에서 “현재로서는 당분간 불안정성과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금융시장의 위기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사태와 연동되어 있어 더욱 극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기업들은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고 당분간 분기별 손실이 지속되더라고 그 규모는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현 금융위기가 지나기까지는 약 9~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몇몇 금융기관들이 파산했지만 이것이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달라라 총재의 입장이다.

달라라 총재는 “외부에서 봤을 때 현 한국의 위기의식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는데 서울에 직접 와보니 더욱 의아하다”면서 “현 상황이 한국경제에 현재 특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반에 경제성장이 더뎌진 것은 사실이나 금융위기나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20%가 넘고 외환보유고도 2000억 달러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은 타국가에 비해 사정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월가의 위기를 기회로 삼을 잠재력도 보유하고 있다.

달라라 총재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금융시장의 기반을 개혁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당장의 불안정성보다 중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장은 본질상 변동이 심하다는 진리를 받아드리면서 한국경제의 기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번의 위기를 아시아태평양의 금융시장, 더 나아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을만하다. 그러기 위해서 글로벌한 사고방식과 전략을 갖추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경제의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지난 7~8년간 일자리 창출이 없는 경제성장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오늘날의 이러한 문제가 10~15년 뒤에도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열어야 할 것이다.

달라라 총재는 “현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및 세금감면 등은 레이건 정권 당시 재무부 차관을 지낸 자신의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금융시장의 개방화는 정부차원의 금융 및 IT산업의 강화 및 금융허브의 추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개방된 사고방식을 요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언어, 문화적 장벽들을 제거해 외국투자자들이 생활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국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선되어야할 구조적 문제들이 많으므로 한국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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