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view with EDAILY (2019. 01. 03)
Author
IGE
Date
2019-10-29 15:43
Views
690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95606622354112&mediaCodeNo=257&OutLnkChk=Y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초대 금융위원장)은 “과거부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채였다”며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적인 두 경제 석학이 함께 집필한 한 책은 학계에서 오랜기간 회자되는 명저다. ‘This time is different(이번에는 다르다)’. 과거 800년간 66개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반복되는 위기가 아무리 다르게 보일지라도 결국 패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호황기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착각한다는 것. 이 두 가지다.
“로고프와 라인하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과거부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대체로 부채 문제였다는 겁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가계든 다 마찬가지이지요.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닙니다.”
초대 금융위원장 출신의 전광우(69)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국제금융 1세대로 통한다. 로고프와 라인하트도 과거 세계은행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경제학자다. 전 이사장은 올해 1월1일자로 세계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연구원 설립자인 사공일 전 재무장관은 전 이사장을 두고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라고 했다. 그런 전 이사장이 주목하는 올해 세계 경제 키워드는 ‘빚’이다.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저서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폭발력 있는 리스크는 가계부채”라고 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전 이사장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게 결론”
-‘이번에는 다르다’ 제목이 흥미롭다.
△그 저서의 결론은 반대로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이다. 과거 800년간 리서치의 양이 얼마나 방대했겠나. 그런데도 결국 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채, 즉 부채가 누적되면서 외부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곧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한국도 부채 문제가 있다.
△한국은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문제다.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국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대외적으로도 리스크가 커지는 와중에 가계부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폭발력 있는 리스크는 가계부채라고 봐야 한다.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도 빚이 원인이다.
△그렇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처럼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의 특징은 경상 적자, 재정 악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이 당장 유동성 위기 같은 급성질환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신흥국 불안이 던지는 시사점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급성질환이 무엇인가.
△재정 건전성이 위기에 있어 핵심 요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포퓰리즘 정책이 문제가 됐다. 과도한 부채는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신호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상당하다. 되새겨볼 만한 교훈이다.
-중국 경제는 어떤가.
△중국 역시 부채가 문제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파악조차 안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걱정을 많이 한다. 금융 취약성이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그만큼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거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이 6% 정도다.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를 만만치 않게 보고 있더라.
-중국을 보고 빚으로 쌓은 성장이라고들 한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한 나라다. 대도시 근처의 집값 거품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될 때보다 더 심하다.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도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중국 인민은행은 오히려 돈을 풀고 있다.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돈을 조이는 정책을 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부채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국내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다. 빚 상환이 어려운 저소득자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는 건 근본 대책이 아니다. 결국은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어 부채를 갚을 여력이 생기면 부채는 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적극적인 선제대응이 중요”
-10년 전 금융위기를 돌아본다면.
△ 2007년부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가 부실해져 부동산 버블 조짐이 있었다. 모든 위기에는 사전 징후가 있다. 그래서 적극적인 선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10년은 과도한 부채 등으로 인한 위기의 상시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잘 대응하고 있나.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선제 대응은 무엇보다 경제의 체질과 체력을 높이는 일이다. 독감이 돌 때 걸리지 않으려면 체질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 활력은 떨어지고 있고, 경제 전반은 위축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경제 활력이 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만성질환 위기다. 만성질환은 급성질환에 비해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간 갈등이 심하고 확실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약해질 수 있어 더 심각하다. 성장 없는 경제로 간다는 점을 정부는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큰 문제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경제정책 기조를 변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반도체도 이미 둔화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카풀 논란은 어떻게 보나.
△모든 개혁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긴다. 과거 산업혁명 때도 있었던 문제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 때문에 기존에 있던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교훈은 있다. 패러다임 변혁기에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 가야 나라 경제에 이득이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다. (변화에 늦으면) 자칫 밀려날 수 있다.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 있지만, 정부가 용기를 갖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동참하게 해야 한다. 피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내야지, 일부 반대 때문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패러다임 변혁기, 절박해져야”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
△세계경제연구원의 설립목적이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 달에 평균 한두번씩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시고 얘기를 들으려 한다. 이번달에는 세계적인 경제 예측가인 앨런 사이나이 디시전 이코노미스 회장과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김수이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초청할 계획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3월에 온다.
-거시경제 외에 다른 분야는 없나.
△경제 패러다임 변혁기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핀테크 리더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초청할 수도 있다. 각 경제 분야마다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포괄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번엔 다르다' 착각이 금융위기 불러…文정부, 위기의식 가져야"
[신년인터뷰]②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초대 금융위원장)은 “과거부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채였다”며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적인 두 경제 석학이 함께 집필한 한 책은 학계에서 오랜기간 회자되는 명저다. ‘This time is different(이번에는 다르다)’. 과거 800년간 66개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메시지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반복되는 위기가 아무리 다르게 보일지라도 결국 패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호황기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착각한다는 것. 이 두 가지다.
“로고프와 라인하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과거부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대체로 부채 문제였다는 겁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가계든 다 마찬가지이지요.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닙니다.”
초대 금융위원장 출신의 전광우(69)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국제금융 1세대로 통한다. 로고프와 라인하트도 과거 세계은행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경제학자다. 전 이사장은 올해 1월1일자로 세계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연구원 설립자인 사공일 전 재무장관은 전 이사장을 두고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라고 했다. 그런 전 이사장이 주목하는 올해 세계 경제 키워드는 ‘빚’이다.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저서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폭발력 있는 리스크는 가계부채”라고 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전 이사장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게 결론”
-‘이번에는 다르다’ 제목이 흥미롭다.
△그 저서의 결론은 반대로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이다. 과거 800년간 리서치의 양이 얼마나 방대했겠나. 그런데도 결국 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채, 즉 부채가 누적되면서 외부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면 곧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한국도 부채 문제가 있다.
△한국은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문제다.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국내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대외적으로도 리스크가 커지는 와중에 가계부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폭발력 있는 리스크는 가계부채라고 봐야 한다.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도 빚이 원인이다.
△그렇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처럼 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의 특징은 경상 적자, 재정 악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이 당장 유동성 위기 같은 급성질환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신흥국 불안이 던지는 시사점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급성질환이 무엇인가.
△재정 건전성이 위기에 있어 핵심 요인이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포퓰리즘 정책이 문제가 됐다. 과도한 부채는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신호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상당하다. 되새겨볼 만한 교훈이다.
-중국 경제는 어떤가.
△중국 역시 부채가 문제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파악조차 안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걱정을 많이 한다. 금융 취약성이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그만큼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거다.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이 6% 정도다.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를 만만치 않게 보고 있더라.
-중국을 보고 빚으로 쌓은 성장이라고들 한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이 가장 심한 나라다. 대도시 근처의 집값 거품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될 때보다 더 심하다.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도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중국 인민은행은 오히려 돈을 풀고 있다.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돈을 조이는 정책을 하는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부채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국내 가계부채가 1500조원이다. 빚 상환이 어려운 저소득자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는 건 근본 대책이 아니다. 결국은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어 부채를 갚을 여력이 생기면 부채는 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적극적인 선제대응이 중요”
-10년 전 금융위기를 돌아본다면.
△ 2007년부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가 부실해져 부동산 버블 조짐이 있었다. 모든 위기에는 사전 징후가 있다. 그래서 적극적인 선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10년은 과도한 부채 등으로 인한 위기의 상시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잘 대응하고 있나.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선제 대응은 무엇보다 경제의 체질과 체력을 높이는 일이다. 독감이 돌 때 걸리지 않으려면 체질이 튼튼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기업 활력은 떨어지고 있고, 경제 전반은 위축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경제 활력이 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만성질환 위기다. 만성질환은 급성질환에 비해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간 갈등이 심하고 확실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약해질 수 있어 더 심각하다. 성장 없는 경제로 간다는 점을 정부는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큰 문제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경제정책 기조를 변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반도체도 이미 둔화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카풀 논란은 어떻게 보나.
△모든 개혁은 이해상충의 문제가 생긴다. 과거 산업혁명 때도 있었던 문제다. 새로 진입하는 사람 때문에 기존에 있던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래도 역사적인 교훈은 있다. 패러다임 변혁기에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 가야 나라 경제에 이득이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다. (변화에 늦으면) 자칫 밀려날 수 있다.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반대할 수 있지만, 정부가 용기를 갖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동참하게 해야 한다. 피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방안을 내야지, 일부 반대 때문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패러다임 변혁기, 절박해져야”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됐다.
△세계경제연구원의 설립목적이 세계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 달에 평균 한두번씩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시고 얘기를 들으려 한다. 이번달에는 세계적인 경제 예측가인 앨런 사이나이 디시전 이코노미스 회장과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김수이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초청할 계획이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3월에 온다.
-거시경제 외에 다른 분야는 없나.
△경제 패러다임 변혁기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핀테크 리더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초청할 수도 있다. 각 경제 분야마다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포괄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