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복지지출로 성장 멈춘 독일 본받지말라”

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
2006-09-16 00:00
조회
2342
“과다 복지지출로 성장 멈춘 독일 본받지말라”

[조선일보 2006-09-16 03:03]


돈게스 쾰른大 교수 인터뷰

[조선일보 박용근기자]

“독일은 과도한 복지 지출 때문에 지난 10년간 성장이 멈춘 ‘유럽의 환자(患者)’로 지냈습니다.”

위르겐 돈게스(Juergen B. Donges·사진) 독일 쾰른대 교수는 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한국무역협회 주최 강연회와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정책결정자들이 독일의 경험을 잘 분석해, 실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돈게스 교수는 1992~2002년 독일의 최고석학 5명으로 구성된 연방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00년 이후엔 같은 위원회 의장도 지냈다.

―독일이 ‘유럽의 환자’라는 지적이 불명예스럽지 않은가.

“미국 정치인들이 우리를 조롱하듯이 불러대는 별명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독일은 이제 성장·일자리 창출에서 유럽의 바닥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 뒤만 쫓아다니던 이웃 오스트리아에도 추월 당했다. 10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나는 독일경제를 낙관하는 강연을 했는데, 이제 이런 상황을 맞게 돼 답답하다.”

―지난 10년 사이 무슨 일이 생겼나.

“어떤 사람은 통일비용이 지나치게 커서 경제 발목을 잡았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진짜 원인은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한 ‘큰 정부’에 있다. 복지지출이 크다 보니, 근로자들은 사회보장 받는 것만 주장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단압력을 가한다. 과도한 복지지출이 근로·투자의욕을 떨어뜨리고, 성장잠재력을 하회하는 경제침체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정부도 복지지출을 대폭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복지는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님을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잘 알고 다음 사항을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한국은 복지를 위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었는가. 세금증대 아니면 재정적자를 각오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여기에 동의하는가. 또한 복지의 토대인 잠재성장률 이상의 경제성장은 달성하고 있는가를 말이다.”

―선진국이 되면 성장이 둔화되기 마련인데.

“선진국이 돼도 여전히 성장은 중요하다. 건강한 근로의욕과 효율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얼마든지 고성장을 할 수 있다. 성장이 있고 분배가 가능했던 것이지, 분배가 있고서 성장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게 독일경제가 주는 교훈이다.”

(박용근기자 [ yk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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