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문제 없다' 외교장관은 '불행이다'

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
2006-09-02 00:00
조회
2382
[사설] 대통령은 '문제 없다' 외교장관은 '불행이다'

[중앙일보 2006-09-02 01:03]

[중앙일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미 간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한.미 간에 여러 가지 인식 차이가 생겨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로 하루 전 노무현 대통령은 KBS 회견에서 "한.미 동맹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보니까 만날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도 했다. 대통령은 문제없다 하는데 장관은 한.미 간 인식의 차이가 있으며 이것이 '불행'이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국민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외교부 관리들은 인식 차이가 있다고 해서 꼭 동맹이 문제 있는 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문제냐 차이냐' 같은 수사학적 놀음은 의미가 없다. 이런 '언어의 유희'로는 한.미 동맹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 수가 없다. 노 대통령 정권의 어설픈 자주, 미숙한 대북 안보관, 한미동맹사(史)에 대한 왜곡된 인식, 대통령의 "반미 좀 하면 어때 "로 대변되는 반미정서 등으로 한.미 동맹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미 외교가의 상식이 돼 있다.


미국 관리들이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말을 조심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로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 연합전력이 정신적.물리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지한파인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어제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정책의 변화가 한국민을 더욱 안전하게 하느냐 또 동맹을 강화하느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시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자주'를 반복하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엄연한 사실을 모르는 건지, 일부러 축소하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다른 말을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대통령이 부인한다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미 관계가 좋아지지는 않는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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