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40달러 시대 이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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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작성일
2006-11-09 00:00
조회
2462
[글로벌이슈] "유가 40달러 시대 이젠 없다"

[중앙일보 2006-11-09 21:53]


[중앙일보 윤창희] "세계 원유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공급이 만족할 만큼 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처럼 유가가 배럴 당 40 달러 대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석유.가스 전문 컨설팅사 팩츠(FACTS)의 페리던 페샤라키(사진) 대표는 9일 세계경제연구원.한국무역협회 주최의 강연에서 "내년 세계 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여의치 않아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유가를 배럴당 55~65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로 꼽힌다.


◆자원민족주의가 병목=페샤라키 대표는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외국인 투자를 거부한 채 생산 확충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 2위 원유생산국인 러시아도 정치적인 이유와 매장량 감소 등으로 공급 확대가 여의치 않다는 것. 미국과 유럽에서는 바이오 연료, 오일샌드 개발에 나서곤 있지만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한다. 반면 수요는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계속 늘고 있어 수급 불균형 기조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샤라키 대표는 "미국인은 아직 싼 국내 휘발유 값 덕택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거리낌없이 굴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 시장에서도 그는 시장 변화로 인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일본.한국.대만이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주요 수요국이었으나, 이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LNG 구입에 나서면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경우 2010년이면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LNG 수입국이 될 것으로 그는 점쳤다.


◆한국 정유시설 공급 과잉=페샤라키 대표는 최근 국내 정유사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정제시설 증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현재 런던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SK인천정유와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S-Oil) 등이 대대적인 정제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2010~2012년 한국의 정제 능력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난다. 반면 국내 원유수요는 지난해 0.9% 증가에 그쳤고, 올해는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결국 완만한 수요증가와 급격한 공급 증대의 불일치 현상은 수출로 메워야 하는데 ▶유가가 하락하거나 ▶수출처를 찾지 못하거나 ▶원유 공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유설비가 남아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페샤라키 대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제시설이 인도에 건설 중이다"며 설비 과열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기했다.


◆한국, 외국 석유사 인수해볼만= 페샤라키 대표는 "현 상황은 에너지 종속에 지나치게 민감해 하는 중국과 인도의 공격적인 개입으로 시장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내외부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석유공사(KNOC) 주도로 구미의 중소 석유업체를 인수해 안정적 원유 공급을 꾀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가스 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몇 년 사이 LNG 시장은 최대 공급원이 인도네시아에서 카타르로 바뀌었다. 이에 일본은 탈 인도네시아에 성공했으며, 일찌감치 장기계약을 통해 도입가를 낮췄다. 반면 한국은 1980~90년대 원유 가격 상승을 예상하지 못하고, 가스 도입가격을 원유 가격과 연동시켜 계약해 지금은 대만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치르고 있다는 것.

페샤라키 대표는 "한국 석유산업은 민간에 의해 주도되는 경쟁시장인데 반해, 가스산업은 한국가스공사(KOGAS)의 민영화 실패 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유로운 도입 계약을 보장하는 것이 공급 가격을 낮추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thepl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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