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나이 박사 “세계경제 美중심 벗어나 다핵체제 돌입”

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
2007-01-10 00:00
조회
2649
사이나이 박사 “세계경제 美중심 벗어나 다핵체제 돌입”



“올 한해 세계 경제는 성장의 중심이 세계 곳곳에 분산돼 여러 지역이 고루 성장하는 경제적 ‘지각 변동’이 가속화할 것입니다. 생산지의 다양화와 자본이동의 활성화로 세계 경제는 더욱 글로벌화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세계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세계 경제에 차츰 통합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기예측 전문가인 앨런 사이나이 박사(디시전 이코노믹스 회장 겸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가진 ‘2007년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지각변화’라는 제하의 조찬 강연에서 세계 경제를 이같이 전망했다.

사이나이 박사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과 한국무역협회(회장 이희범)가 마련한 특강에서 “과거에는 미국이 경제성장의 중심 동력이 되어 세계를 먹여 살렸지만, 요즘엔 동유럽 국가들과 일본·중국·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이 빨라져 세계 경제가 지구촌 전반에 걸쳐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미국과 세계 경제에서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 사이나이 박사는 “작년 1·4~2·4분기에 성장 기조가 둔화됐고, 연말부터 둔화된 성장세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것을 ‘냉각기(cooling period)’라고 불렀다. 사이나이 박사는 “작년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0~2.5%였다”면서 “향후 수년간 미국 경제는 이 정도의 완만한 성장률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나이 박사는 미국 경제는 “작년 주택·자동차 경기가 악화돼 고용과 생산이 저하됐지만 이같은 현상이 다른 경제영역으로 확산되지 않는 특징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달아올랐던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거품이 빠지면서 남아도는 달러가 다른 지역이나 산업영역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나이 박사는 “미국과 달리 아시아·동유럽 등 여러 개발도상 지역은 매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고성장에 이어 일본의 성장세 강화로 아시아 지역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해에 걸쳐 백악관·의회·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제정책 자문역을 해온 사이나이 박사는 작년 미 의회 선거의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다는 사실은 미국민의 변화 욕구가 나타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보호주의 무역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의 가치에 대해 사이나이 박사는 “유로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세계 각국 화폐에 대해 약세를 계속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관한 질문에 사이나이 박사는 “중앙은행이 금리로 부동산값을 잡으려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성장률 4.5% 수준에 한국인은 불만족이지만, 외부인이 볼 때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월 스트리트에서 경기진단의 대가로 불리는 사이나이 박사는 수년간에 걸쳐 연초에 한국을 방문, 세계 경제를 전망해 왔다.

〈설원태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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