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카가와 “미국식 개혁이 한국 사회문제 불렀다”

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
2007-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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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카가와 “미국식 개혁이 한국 사회문제 불렀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경제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13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장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FTA는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또한 “한국이 인근국인 중국이나 일본을 젖혀 놓은 채 미국을 상대로 FTA를 갑자기 먼저 추진한 것은 우선 순위를 잘못 잡은 것 같다”면서 “왜 이것을 먼저 추진하는지, 혹시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후카가와는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간 신뢰가 쌓여 있지 않아 FTA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차라리 중국이나 일본을 상대로 FTA를 먼저 추진했더라면 미국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벌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년간 한국 경제를 깊이 연구해 온 후카가와 교수는 이날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주최한 ‘되살아나는 일본경제: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마친 뒤 한·미 FTA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변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수시로 ‘우호적 조언’을 해 온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은 한·미 FTA 교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미 FTA가 성사된다면 이것을 기준으로 한·일 FTA가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FTA를 먼저 추진함으로써 일본을 위해 스스로 실험장이 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미·일 FTA의 가능성에 관해서는 “이전부터 관련 논의가 존재했다. 한·미 FTA를 지켜본 뒤 만약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한국에 잘 해주면 일본에서도 미국을 상대로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농업·서비스업 부문 등에서 공세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상대국들은 미국과의 FTA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의 실업문제를 의식한 듯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하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가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하므로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국가를 상대로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미 협상에서 서비스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경제에 대해 “여러 해 전 외환위기를 맞았던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미국식 개혁을 추진해야 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드러났다”면서 “일본의 경우 빨리 개혁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았지만 일본식으로 그럭저럭 가고 있는 덕분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외국 사례를 따라하기보다 자생적 성장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원태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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