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버블 매우 우려할 수준"

작성자
서울경제
작성일
2007-06-12 00:00
조회
4645

"中증시 버블 매우 우려할 수준"
[세계화 시대의 한국 금융산업' 컨퍼런스] 데이비드 엘던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
모두가 밴드왜건 타려는 상황 지금 거품꺼지는게 충격 적어
한국, 금융중심지되려면 금융분야 자율화 통해 외자 유인해야

김승연기자 bloom@sed.co.kr


"중국 증시의 버블은 매우 걱정됩니다. 거품이 꺼질 때 투자자들의 피해는 엄청날 것입니다. 문제는 전재산을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불행한 현실입니다."

데이비드 엘던(62)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회장(전 HSBC 회장)은 홍콩에서 오래 근무한 덕분에 중국 경제 사정에 해박했다. 엘던 회장은 12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국제금융컨퍼런스에 참석, '세계화시대의 한국 금융산업'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두바이의 경우처럼 금융 분야를 자율화해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해외자본들이 한국에 들어와 한국이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제발표에 앞서 홍콩에서 산 '헬로키티'를 연단에 올려놓고(사진) "헬로키티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상징"이라며 강연을 재미있게 시작했다. 발표에 앞서 컨퍼런스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중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경제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최근 중국증시를 두고 버블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는데요.

▦중국 버블증시는 매우 우려되는 사안입니다. 우려가 된다는 말의 의미는 불행히도 이것(버블 붕괴)이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누구라도 중국 증시를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잘못될 가능성과 버블에 대한 우려를 했을 것입니다.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의 금융시장이 폭락할 경우에는 그 결과가 매우 암울할 텐데요.

▦중국 증시는 유아기에 있습니다. 중국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으로 증시에 대한 확실한 분석 없이 시장을 부풀리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덜 숙련된 투자자들이 많은 신흥시장에서는 모두가 밴드왜건에 올라타고 싶어하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중국에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입니까.

▦그렇습니다. 너도나도 돈이 된다면 그쪽으로 뛰어들고 본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가장 슬픈 것은 이들 중 가장 적게 투자한 사람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는다는 겁니다.

-중국 버블이 꺼진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 될까요.

▦그것은 시장의 힘이 어디로 가느냐를 지켜본 후에야 알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지금처럼 증시가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 (버블 붕괴를) 겪는 것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겪는 것보다 낫다고 봅니다. 증시가 정착이 된 후에 버블이 꺼진다면 그때 투자자들의 피해는 훨씬 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인화세(증권거래세)를 높이는 등의 규제정책을 내놓았는데 그 정책이 먹혀들까요.

▦중국 정부는 그들이 추구하려는 통치성향의 틀 안에서만 증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규제적용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성공한 게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인화세 인상의 효력은 하루도 못 갔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올리는 등 세계적으로 금리인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지속됐던 저금리시대가 끝났다고 봐야 할까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점치는 능력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웃음)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FRB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다시 제시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제 판단으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아마도 올해 금리인상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두바이가 국제금융센터로 성공한 이유는 독립적인 규제시스템을 가지고 금융 전문성을 제고하는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빌딩 몇 개를 짓는다고 금융허브가 되는 게 아니지요. 한국의 금융 부문 경쟁력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금융 분야의 자유화 속도와 범위, 한국의 은행들이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는지 여부 등이 향후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데이비드 엘던은 누구
HSBC 회장 지낸 중동·亞太전문가

데이비드 엘던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회장은 HSBC에서 일한 37년을 포함해 41년 동안 은행에서 일한 정통 뱅커 출신으로 중동 및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05년 5월 HSBC 회장직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 2006년 5월부터 DIFC 회장 겸 국제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고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엘던 회장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64년 오스트레일리아은행그룹의 런던 법인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4년 뒤인 68년 브리티시미들이스트뱅크로 전직했다. 이 은행이 HSBC에 인수되면서 HSBC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HSBC 재직 당시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도 수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2006년에는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의장을 맡기도 했으며 명예서울시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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