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안정 찾는데 9 ~ 12개월 걸릴것”

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
2008-09-18 00:00
조회
2881

“美 금융안정 찾는데 9 ~ 12개월 걸릴것”
ㆍ달라라 국제금융聯총재

미국 재무부 차관을 지낸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연합회(IIF) 총재는 현재의 금융위기와 관련, “미흡한 규제 및 감독 체계가 시장에서 무책임하고 때로는 부도덕한 행동을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도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달라라 총재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 및 아시아 경제·금융의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강연에서 “세계금융시장이 1920년대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의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9~1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라라 총재는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를 ‘리스크(위험) 관리 실패가 가져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선 기업들은 세계경제 호황 및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에 단기이익에 눈이 멀어 과욕을 부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리스크 관리체제가 약화돼 충분한 정보 없이 투자를 했다. 여기에 규제 및 감독 체제가 미흡한 것이 시장의 잘못된 행동을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위기를 초래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달라라 총재는 금융시스템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 금융기관까지 모니터하는 새로운 금융시장 모니터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리스크가 제대로 평가됐는지, 가격은 정확히 결정됐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모니터링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리스크와 버블(거품)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언제 안정을 찾을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리먼브라더스가 마지막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지만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면서 “여러 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얽혀 있어 그 가치와 위험을 계산할 수 없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싶어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낸 달라라 총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완화, 세금감면 등은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는 지양해야 한다. 미국은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국유화를 택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또 “한국 정부는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중·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해 기본적인 펀더멘털(기초)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율·금리 등 시장의 단기적인 상황에 지나치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우승할 때 한국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달라라 총재는 미 재무부에서 차관보, 수석정책자문위원, 차관을 역임했고 JP모건의 신흥시장리스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65개국 360여개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IIF의 총재를 맡고 있다.

<임현주기자 korear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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