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이사장 중앙일보 인터뷰 (2018.08.02)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8-08-02 13:13
조회
92

[김종윤의 직격 인터뷰] 대한민국 독립만큼 중요한 국민연금 독립



연금 기금 운용 독립성 보장돼야
스튜어드십 코드도 목적 달성해
기금운용위, 금통위처럼 운영해야

수익률 하락보다 질이 더 문제
국내만 치중하면 ‘연못 속 고래’ 돼
대체·해외투자로 수익률 높여야
연금 기금 운용 독립성 보장돼야
스튜어드십 코드도 목적 달성해
기금운용위, 금통위처럼 운영해야

수익률 하락보다 질이 더 문제
국내만 치중하면 ‘연못 속 고래’ 돼
대체·해외투자로 수익률 높여야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광우 전 이사장은 ’기금 운용의 독립성·전문성을 보장하는 건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며 ’특히 청년 가입자가 국민연금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국민연금은 지금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 하나는 수익률 관리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돈이 아니다. 가입자(국민)의 돈이다. 2200만 명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국민연금공단이 운용해 노후 자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건 국민연금이 도입됐을 때부터 숙명처럼 주어진 의무다.

다른 하나는 최근 부각됐다. 스튜어드십 코드(집사 준칙)를 앞세워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거다. 지난 5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635조원 쌓였다. 국내 주식에 130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이 299개나 된다. 정권이 마음먹기에 따라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연금 사회주의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전환기에 국민연금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전광우(69)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 현안을 하나하나 짚었다. 그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Q : 잘 쓰면 득, 못 쓰면 독이 된다는 뜻인데.

A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목적이 뭔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집사 준칙을 잘 운영하면 투자한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져 기업 가치가 오른다. 문제는 잘못 쓰거나 악용할 때다. 의사결정 할 때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면 오히려 투자 기업의 미래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앞세워 기업경영과 지배구조 개편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투자기업의 가치를 훼손한다. 이는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Q : 결국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A : “현재 국민연금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보자. 20명 중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6명이 정부 측 당연직이다. 사용자 대표, 근로자 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등이 12명이고, 관계 전문가는 2명에 그친다. 정부의 사정권 안에 있다. 전문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확립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단의 뚜껑을 여는 순간 욕심, 시기, 원한, 미움 등의 재앙을 쏟아낸 판도라의 상자. 그만큼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감하면서도 잘못 운영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전에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에서 먼저 성과를 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배구조 개편을 먼저 해야 할 이유는 뭔가. 그는 “과거와 달라진 국민연금의 역할 때문”이라고 답했다. 과거 기금운용위의 주요 역할은 자산 배분이었다. 큰 틀에서 기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전 전 이사장은 “이제는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독립성·전문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Q : 어떻게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나.

A : “두 가지 방안이 있다. 기금운용 부문을 완전히 독립해 공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고 감사도 줄일 수 있다. 다른 안은 공단 내부 조직으로 두되 기금운용위를 6~7명의 민간 전문가 중심 상근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비슷하게 만들자는 거다. 이제는 금통위의 독립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잖은가. 기금운용위도 이렇게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확실히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된 외국 사례는 적지 않다. 캐나다 연기금은 공사 역할을 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에 기금 운용을 전부 맡긴다. 의결권은 CPPIB가 행사한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민간 자회사인 자산운용공사를 설립해 기금 운용 관련한 전권을 주었다. 스웨덴 국민연금은 연금을 6개로 나눠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기금운용 독립성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거론한 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국회에는 이미 10개가 넘는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하지만 문턱을 넘은 건 없다. 정부는 의지가 부족했고, 정치권은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기금의 단기 투자 수익률보다 수익의 질이 더 중요한데 국내 주식 쏠림 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정현 기자



Q : 수익률 얘기를 하자.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은 연 7.26%였다. 올해 들어서 5월까지 1.16%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1.18%다

A : “국내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단기 수익률 악화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 연기금은 장기 수익률을 잘 관리해야 한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건 수익의 질(質)이다. 국내 주식 쏠림이 심각하다는 게 문제다. 증시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시가 비중이 7%를 넘었다. 반면에 대체투자·해외투자는 부진하다. 올해 부동산이나 인프라 등에 주로 투자하는 대체투자 목표치가 2조원으로 알고 있다. 올 들어 지금까지 목표치의 1%도 투자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 증시가 안 좋으니 올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안 좋은 거다. 그러면 대체투자 등에서 받쳐줘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 왜 그런지 아나? 대체투자는 위험 감수 투자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누가 나서려고 하겠나.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쏠림이 심한 걸 ‘연못 속 고래’로 비유한다. 고래(국민연금)가 넓은 바다(해외 시장)로 나가지 않고 연못(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130조1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투자 금액의 20.5%나 된다. 언젠가는 연금 지급을 위해 투자한 자산을 팔아야 한다. 국내 주식을 많이 들고 있으니 많이 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은 휘청거리게 된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연기금은 자국 기업 주식에 1원도 투자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펀드(GPIF)가 일본 기업에 투자한 비중이 25% 정도 되지만 한국과 차이점은 기금운용을 100% 민간 운용사에 맡긴다는 점이다.

반면에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68조원(10.6%)에 그친다. 캐나다·네덜란드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33%가 넘는다. 이들은 고래를 연못에 두지 않는다. 고래가 연못에만 있으면 고래도 죽고, 연못도 썩기 때문이다.

Q : 문제는 위험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났을 때다. 국민의 재산인데.

A : “그러니까 전문가가 필요한 거다. 확실히 대우해주고 전문가를 스카우트해 맡겨야 한다. 정치가 끼어들면 안 된다. 연기금 투자의 핵심은 안정성도 지키면서 수익률을 올리는 거 아니냐.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고갈 시기를 5~8년 늦출 수 있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이 제대로 뿌리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울 사무소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정현 기자


현재 국민연금은 3개의 파도가 몰아치는 퍼펙트 스톰 위기에 처했다. ▶급속한 고령화 ▶낮은 출산율 ▶떨어지는 수익률이다. 보건복지부의 3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적립금 고갈 시기를 2060년으로 전망했다. 지금 추세로는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이사장은 “결국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금을 천천히 받아 가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풀기 쉽지 않다. 지금으로써는 수익률을 올리는 게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Q : 그러면 전문 인력이 필요할 텐데. 지금은 정반대로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하면서 인력 이탈이 심하다.

A : “국민연금공단이 지방으로 이전한 만큼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다만 한 가지는 고려해야 한다. 해외 투자은행·사모펀드 등의 주요 인사는 1년에 1~2차례 상하이-도쿄-서울을 거치는 아시아 방문을 한다. 이런 고객을 위해서도 서울에 사무소 정도는 설치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지금 가보지 않은 길에 나섰다. 원래 길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같이 걸으면 길이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한 장기 수익률 제고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정권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결국 ‘집사(스튜어드)’가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이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민간 출신 첫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재임 당시 채권 중심의 투자 패턴을 대체투자, 해외투자 등으로 확대했다. 대표적인 게 런던 개트윅 공항 투자와 미국 텍사스와 동부를 연결하는 가스망 구축 프로젝트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투자다. 모두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가 임명될 당시 국민연금의 채권 투자 비중은 80%였으나 계속 줄어 올 5월 말 현재 50% 수준이 됐다.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을 거쳤다.




김종윤 논설위원
취재지원=김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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