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커만 도이치뱅크 회장

작성자
한국경제
작성일
2000-01-01 00:00
조회
1061
아커만 도이치뱅크 회장 "이탈리아, 그리스式 채무탕감 안돼"
"외환보유액 확대 경쟁은 환율 왜곡만 심화시켜"


요제프 아커만 도이치뱅크 회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대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에 대해 그리스식 채무 탕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연합회(IIF) 의장을 겸하고 있는 아커만 회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 금융 콘퍼런스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새로운 글로벌금융규제체제:아시아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아커만 회장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다른 국가들의 롤모델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탈리아를 그리스처럼 구제한다면 차입자들에 대한 규율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채무국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에 부정적인 독일 정부와 독일 은행계의 시각을 대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커만 회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유로존 재정위기에 깊숙이 개입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가계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에 불과해 스스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ECB의 개입보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차입을 확대해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를 껴안도록 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유럽 재정위기 해법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유로본드(유로존 공동 채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아커만 회장은 "그런 식의 해법은 채무국가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며 "당초 유럽연합(EU)의 헌법 정신뿐 아니라 개별 국가의 헌법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과다 적립도 환율 왜곡과 글로벌 무역 불균형 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아커만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환율 관리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쌓아두자는 인식이 많이 퍼졌다"며 "이 같은 관행은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글로벌 유동성 공급 체계를 확립하고 환율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과다한 금융규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금융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금융이) 실물부문을 뒷받침하는 역할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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