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고 싶은 한국' 만들려면...

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
2007-11-01 00:00
조회
3062

[시론] ‘투자하고 싶은 한국’ 만들려면…
▲ 김완순 세계경제연구원 상임고문/고려대 명예교수


아일랜드, 두바이, 베트남.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독보적인 실적을 올리는 나라들이다. 반면 한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달 발표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순위가 31위에서 48위로 17계단 떨어졌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의 29위와 비교하면 4년 새 19계단 하락한 꼴이다.

한국의 경우 모두가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여겼던 남북문제가 개선 일로에 있고,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국 기업이 국내로 들여온 투자액은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 쏟아 부은 투자액에 추월당한 뒤 다시 비상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경쟁자들까지 외국인 투자 유치 전쟁에 뛰어 들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우리의 전략을 점검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첫째, 영어 구사력은 물론 글로벌 사고방식을 갖춘 글로벌 인재가 충분한 지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이 땅덩이도 좁고 내수 시장도 작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가가 투자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 영어 교육 열풍이 그렇게 거세지만 단순한 의사 소통을 넘어 의견과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언어보다 더 중요한 글로벌적 사고를 이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사고와 에티켓을 갖춘 인재 역시 부족하다. 네덜란드, 스위스,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 허브 국가들의 경우 거의 전 국민이 2~3개 국어에 능통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모순적인 시각을 해소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제품을 판다. 러시아와 중국에선 현대자동차가 길거리를 누빈다. 업종을 떠나 이미 세계는 자본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논스톱으로 오가는 하나의 운동장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이 땅에서 생산시설을 짓고 수백명의 인력을 고용해야만 경제에 기여한다고 여긴다. 반쪽짜리 애국심이다.

더욱이 외국 자본의 국내 투자 및 이익 실현에 대해 여전히 큰 적대감을 갖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가 국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려면 국부(國富) 유출 논란이 불거진다. 한편에선 국민연금 등 국내 기금과 대다수 국내 펀드가 나스닥이나 유럽 등 해외 증시에 중요한 투자자로 나서고 있으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법 집행이 일관성이 있고 예측 가능한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서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우리 금융 관련 법에 대해 ‘법 체계는 비교적 잘 갖췄으나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국민정서법’이라는 불문법(不文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가 간 축구 경기를 치른다고 하자. 심판이 바뀌었다고, 오래된 경기 규칙이 해당 국가에 불리하다고 해서 이를 예고도 없이 뜯어 고치고 이미 끝난 경기의 승패까지 뒤집으려고 한다면 한국에 와서 원정 경기를 치를 외국 팀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은 우리나라에 와서 원정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일관된 게임의 법칙이 보장되지 않는 땅에서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사업을 펼치려 하겠는가?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을 놓고 한판의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에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절대적인 전력의 우위만은 아니라는 점을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이 역사를 통해 증명했다. 외자 유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파악하고 이를 공략할 전략을 차분히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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