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보유액 투자, 채권이외 다변화 필요"

작성자
서울경제
작성일
2008-03-26 00:00
조회
12335

"한국 외환보유액 투자, 채권이외 다변화 필요"
포즌 美 SEC 재무보고개선자문위원장 '국부펀드…' 특별강연차 방한
국부펀드 제대로 활용못하면 도태…투자 대상국 증시 안정에도 기여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조차 국부펀드의 가치를 몰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세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국부펀드는 오히려 투자대상 국가의 주식시장에 안정화를 구축할 수 있다. 그 규모도 오는 2015년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의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매년 급팽창하는 세계 국부펀드에 주목하지 않은 국가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제기됐다. 특히 윤리경영에 취약한 기업들은 향후 국부펀드의 투자자금 회수 등 큰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포즌(사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보고개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프루덴셜생명 주최로 열린 ‘국부펀드-인식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특별 조찬강연에서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되는 국부펀드는 2015년까지 11조∼12조달러로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포즌 위원장은 “국부펀드가 전략적 사업을 통제하거나 국가안보 및 주식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데 오히려 금융기관의 자본화를 지원하고 금리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헤지펀드와 전혀 다른 ‘장기’ 투자로 주식시장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투자공사(KIC)’ 등 한국의 국부펀드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투자 방향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 ‘보수적’ 혹은 ‘공격적’이라는 식의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는 다변화ㆍ다각화할수록 좋은 수익률을 낸다”며 “예컨대 한국은행의 경우 2,5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주식시장이 아닌) 채권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부펀드를 통해 국제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꿈꾸는 한국 정부의 구상에 대해서도 “싱가포르ㆍ홍콩ㆍ도쿄와 (허브) 경쟁을 해야 할 텐데 국부펀드가 그렇게 할 최적의 도구인지 잘 모르겠다”며 “다만 금융허브 도약에 필요한 정책이 10개라면 이 중 국부펀드 관련 정책은 1~2개에 해당하는 만큼 보다 광범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부펀드의 윤리적 투자 문제에 대해 그는 “노르웨이의 경우 윤리협의체를 만들고 윤리적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무기산업에 연관된 기업이나 제품 공급망에서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문제를 야기한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 세계 기업들이 국부펀드의 윤리적 투자 지침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최근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글로벌연금펀드(GPFG)는 미국 월마트에 대해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공급 기업들이 제3세계 아동노동 착취 문제를 방치했다며 4억달러의 투자금을 일거에 회수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투자, 막대한 자산손실을 입고 있는 중국의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에 대해 포즌 위원장은 “국부펀드는 합리적 수익을 전망으로 한다. 가장 민감한 문제가 시장에서 어떤 것을 사야 하느냐인데 분명한 것은 CIC가 지나치게 일찍 산 것들이 많았다”고 뼈 있는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