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너무 겁 먹어 오히려 당황스럽다"

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
2008-09-18 00:00
조회
3290

"한국, 너무 겁 먹어 오히려 당황스럽다"
달라라 국제금융聯 총재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 하지만 앞으로 1년간은 금융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세계 360여개 대형 금융기관의 민간협의체인 국제금융연합회(IIF)의 찰스 달라라(Dallara·사진) 총재는 1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작금의 상황이 세계금융시장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차관을 지낸 그는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한 고통스런 개혁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9~12개월 후엔 이전보다 훨씬 나은 금융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에 대한) 무너진 확신과 신뢰를 복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자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달라라 총재는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과다한 유동성과 ▲투자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부실 ▲미흡한 규제·감독 시스템의 3가지를 꼽았다. 단기적 이익에 대한 과욕이 넘쳐나는 가운데 다들 위험을 경시했고, 미국 정부의 부실한 감독이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이런 제도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해결책으로 "개별 민간 금융기관 수준의 거품까지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국제적인 금융시장 모니터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달라라 총재는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겁을 집어먹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20%대에 이르고, 외환보유고도 2000억 달러가 넘는다"며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것이 오히려 당황스럽다(perplexed)"고 말했다.

그는 금융불안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낮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은 눈부시게 발전했는데도 좋은 일자리는 많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며 "규제 완화와 서비스 부문의 세계화를 통해 고학력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10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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