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산업 정책은 공허 … 국가 브랜드부터 키워야”

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
2008-09-24 00:00
조회
8274

“신성장산업 정책은 공허 … 국가 브랜드부터 키워야”
기 소르망 서울 강연
대졸자 너무 많아 문제
여성·외국인 더 활용해야


“어제 한국 정부는 5년간 99조원을 투자할 22가지 신성장동력 산업을 정하고, 이들 분야가 10년 뒤에는 한국 수출의 77%를 차지할 거라는 예상을 했죠. 한국 정부에는 실력이 뛰어난 경제학자들이 넘치거나 아니면 무당을 고용해야 할 것 같군요.”

기 소르망(64)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특별강연회에서 지식경제부가 22일 발표한 신성장동력 중장기 진흥계획을 공허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사회학자인 그는 “오늘날 같은 시대에 10년 뒤의 수치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이날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자유경제주의와 세계화의 대표적인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한파 학자에 속한다. 다음은 강연 요약.

한국에선 승자를 직접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간 부문에서 유망한 산업을 정해 돈을 투자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다. 문제는 현 시대엔 최후의 성공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건 1970년대엔 가능했지만 오늘날엔 유효하지 않다.

한국 정부가 꼽은 신성장동력 산업이 제대로 크려면 정부 지원보다 더 시급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국가브랜드와 여성 인력, 그리고 창의력이다.

프랑스 사람들 중에는 삼성 제품을 사면서 삼성이 일본 회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잘 안 팔리는 면도 있다. 취약한 국가브랜드를 끌어올리려면 즉각 전문적이고 세계적인 PR 회사를 써서 한국을 홍보해야 한다.

여성과 외국인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여성의 사회참여율을 적어도 연 1~2%씩 올려야 한다. 아니면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든지. 미국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 세계 인재가 모여야 온전한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긴다.

한국은 대학교육을 받은 인력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한국 학교는 너무 많은 양의 공부를 학생들에게 요구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교육제도 개선은 간단하다. 공교육과 사교육 간에 경쟁을 시키면 된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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