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가계대출 비중낮아 위기 넘길것

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1-11-21 00:00
조회
1653
伊, 가계대출 비중낮아 위기 넘길것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국제금융 콘퍼런스서 밝혀


"이제 더 이상 위험이 없는 무위험 자산은 없다. 국채가 무위험 자산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유로존 재정위기를 통해 드러났다."

세계경제연구원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공동 주최하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규제 체제` 국제금융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63ㆍ사진)은 20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포럼 전야 만찬에 참석해 "대다수 은행들은 그동안 국채를 쉽게 유동화할 수 있는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해 왔다"며 "따라서 국채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국채가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커만 회장은 "그리스 국가 부채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요 20개국(G20) 정상은 민간 채권단이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약속했지만 결국 민간 채권단의 국채 손실률이 50%로까지 확대됐다"며 "민간 채권은행들이 그리스 국채 탕감 과정에서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커만 회장은 그리스와 관련해 민간 채권단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아커만 회장은 이어 "그리스 경제 성장세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그리스가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했고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의회는 민간 채권단이 손실을 분담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승인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채권 손실률이 생각보다 높았지만 이렇게 확대하지 않았으면 그리스 디폴트를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했을 때 유럽 전역으로 디폴트 위험이 전이돼 생각보다 더 큰 혼란이 초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문제는 민간 채권단이 손실을 분담하는 그리스 모델이 국가 부채 구조조정의 롤모델이 될지 여부다.

아커만 회장은 "내년에도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국가 부채 차환이 돌아오는데 민간 채권단이 부채 탕감을 하는 식으로 특정 국가를 구제하는 사례는 그리스로 국한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다른 나라들은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채 수익률이 7%대를 웃돌면서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이탈리아 미래에 대해 아커만 회장은 낙관론을 펼쳤다.

아커만 회장은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120% 수준으로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규정한 부채비율의 2배를 넘어섰지만 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은 36%밖에 안 된다"며 "앞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국채 금리가 상승하겠지만 신임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국채 차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로본드 발행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아커만 회장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들의 구조조정 압박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로본드 발행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대신 아커만 회장은 "재정 통합에 준하는 예산ㆍ재정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된다면 유로본드 발행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또 일부 유로존 국가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발권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기존 기금을 가지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해결하는 게 낫다는 진단을 내놨다.

[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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