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제2의 그리스 안될 것"

작성자
조선일보
작성일
2011-11-21 00:00
조회
2071
"이탈리아는 제2의 그리스 안될 것"
김기홍 기자 darma90@chosun.com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 요제프 아커만 회장]
"가계부채 비율은 36% 불과… 이탈리아, 자체 해결 가능
유럽 민간단체의 구제금융, 그리스가 마지막"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자체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요제프 아커만(63) 회장은 20일 저녁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아시아개발은행(ADB) 주최로 열린 국제금융콘퍼런스에 참석해 이탈리아가 국가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20% 수준에 달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6%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신임 마리오 몬티 총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국채 차환(借換)에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환이란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새로 채권을 발행해 갚아 만기를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탈리아는 내년에 차환해야 할 부채 규모가 수천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민간채권단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은 그리스가 마지막입니다.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다른 국가에 전례가 되어선 안 됩니다. 앞으로 다른 나라는 엄격한 원칙(discipline)을 가지고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아커만 회장은 또 위기 해소책의 하나로 언급되는 유로본드(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돈을 찍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로본드 발행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나라들을 구조조정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 것에 대해서는 "독일은 이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반대했다. 대신 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차입을 늘려 (현재 4400억유로인 한도를) 5배로 확대하면 이탈리아·그리스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커만 회장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 규제의 관심이 자본뿐 아니라 파생상품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금융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이는 다시 실물 부분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커만 회장은 일부 국가의 과도한 외환 보유고 쌓기나 유연하지 못한 환율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했다. 각국이 금융위기 이후 환율 관리를 위해 외환 보유액을 쌓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국제 금융 시스템을 위해선 대의를 위해 공조하는 의미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개별 국가의 정책이 다자주의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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