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전 의장 "2차 양적 완화 효과 제한적"

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2010-11-05 00:00
조회
2018
볼커 전 의장 "2차 양적 완화 효과 제한적"
신흥국 흑자 지속불가능..G20국가 세계 경제 재균형 위해 경상수지 목표 실천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인 폴 볼커 미국 대통령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이 미국의 2차 양적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볼커 의장은 5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2차 양적 완화(QE2)의 취지는 장기 금리를 낮추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가 낮아 추세적 전환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볼커 의장은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을 "질퍽질퍽(slobbery)"하다고 표현했다. 제조업도 선전하고 있고 주가가 회복됐지만 금융시장은 질퍽거리는 진흙탕 속을 걷듯이 회복세가 더디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보다 더 큰 모기지(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정부가 국책기관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을 통해 여전히 모기지의 90%를 보증하고 있다"면서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볼커 의장은 국공채 매입을 통한 추가 양적 완화엔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정치적으로 반대가 많다"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또 한 차례 대규모 부양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양적 완화도 결국 재정정책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준이 불가피하게 내놓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수년 뒤 나타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유도 경기회복을 추진한다면 과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적 완화가 신흥국에 인플레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는 "연준의 책임은 1차적으로 미국 내 달러의 안정성에 있으며 이번 조치도 미국 경제를 위한 것"이라면서 "각국은 외부적 요인만 탓하지 말고 내부적 요인을 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커 의장은 `세계 경제의 재균형`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 등 신흥국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한 상황을 세계 경제의 불균형으로 봤다. 그는 미국만 달러를 찍어낼 수 있어 신흥국이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본수지든 무역수지든 신흥국들이 흑자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미국은 막대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신흥국은 수출 힘으로 무한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 협력이 절실한 셈이다. 볼커 의장은 "세계경제의 바다에서 미국 외에도 대형선박이 더 늘어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에선 더 큰 도전"이라면서 "서울G20정상회의는 경상수지 목표가 모든 나라의 문제란 점을 환기시켰다는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다른 나라가 양립불가능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조정할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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