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이사장 이데일리 인터뷰 (2017.03.15)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7-03-15 11:13
조회
454

[명사의서가]①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성경"

입력시간 | 2017-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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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인터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10대 중반, 뜻밖의 시련에 어찌할바 모르던 내게 용기를 줬던 책은 뭐니뭐니 해도 성경이다”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은 일찍부터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했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이미 13세에 도전을 맞이한다. 중학교 입학 시험에 불합격한 것이다.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경기중학교 입학 시험에서 떨어졌다.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허탈했다. 한 과목에서 답안지를 밀려 써서 거의 영점을 맞았던 것이다. 그는 “위기와 도전, 그리고 극복의 경험을 그때부터 시작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10대에 일찍 찾아 온 시련... ‘성경’으로 극복의 힘 얻어

전 전 위원장은 불합격의 시련을 파격적인 방법으로 극복했다.

“무슨 용기에선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서울 인사동의 학원을 다녔지요. 교복 입은 친구들을 학원 옷을 입고 우연히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6개월 후에 고입 검정고시를 통과해 전국 최연소 고등학교 입학생이 되며 생애 처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어린 나이에 서울사대부고에 입학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약골’이었던 전 전 위원장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5세에 모친상까지 당했다. 육체적 질환과 정신적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전 그는 휴학하고 몇 년간 낚시터를 전전하며 요양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전 전 위원장에게 가장 큰 힘을 준 책이 바로 성경이었다. 그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내게 가장 어려웠을 때 손을 내 밀어 붙잡아 준 책이 성경이었다. 충격과 도전의 시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레 성경을 접촉하게 됐다. 강렬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각 종교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계은행 근무 당시 힌두교, 이슬람교 신자들과 비교종교학적 관점에서 서로의 종교관을 얘기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또 어떤 학문이나 철학도 궁극적으로 올라가면 종착점에서는 종교와 만나지요.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과학적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칼 세이건 등 천문학자들 중에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봐도 그렇습니다. 인간은 나름대로 각자 분야에서 노력하고 살아가지만 현존하는 모양으로 한계를 체험하며 살게 되는데 궁극적으로는 종교관과 만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성경과의 인연은 집안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그는 “3~4대 선조대부터 기독교 가정인 환경에서 자랐고, 자연스레 접하게 된 성경이 나의 인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소유의 종말’ 저자의 통찰력에 깊은 감동

전 전 위원장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도 높게 평가했다.

“미래학자의 책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통계와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유의 종말’은 달랐습니다. 인터넷 혁명이 본격화되기 전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경고하는 내용에 공감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에서 제레미 리프킨 교수의 강의를 실제로 수강했고, 이 과정에서 리프킨 교수의 예언과 전망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 오는 우리의 미래 청사진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소유보다는 공유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 주장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의 통찰력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미래학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나라의 대표 국제금융 전문가로서의 전 전위원장에게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올해 2017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올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2% 초중반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돼 세계 평균은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현 시기는 과거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도전의 시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경제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런 위기 극복을 위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가 그는 강조했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긴급 수혈을 해야 했던 응급질환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훨씬 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진 만성질환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까지 줄어들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국민은 현명한 리더를 선택하고, 리더는 국민을 올바로 이끌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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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인터뷰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경제학 석사와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과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내다 IMF 구제 금융 사태를 계기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로서 국내에 들어왔다. 이후 국제금융센터 원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거쳐 지난 2008년 초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 4월까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2009년부터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시아지역 올해의 최고경영자(CEO)상(2011), 청조근정훈장(2012), 인디애나대학을 빛낸 국제동문상(2013)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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