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이사장 디지털타임스 인터뷰 3 (2019.1.18)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9-01-18 19:23
조회
1157
"국민연금 주주행사 깊은 논의 더 필요… 기업경영 건건이 개입 禁物"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기업들 뛰게 해 경제 회복하고 고용 증대하는 선순환에 집중할 때
필요한 규제는 있어… 단 더 많은 규제 아닌 더 좋은 규제로 가야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노력 부족… 부동산·PF 대체투자율 높여야
경제 살아나야 부채도 해결, 땜방식 아닌 미세조정·근원대책 절실



"국민연금 주주행사 깊은 논의 더 필요… 기업경영 건건이 개입 禁物"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전 이사장은 민간인 최초이자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금융산업 규제개혁 작업을 이끌었던 경험도 들려줬다. 2008년 금융산업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이사장은 오히려 국내 금융산업의 규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는 규제 개혁을 단행했다. 그런가 하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4년 재직하면서 기금운용의 패러다임 선진화를 위해 노력했고 수익적 측면에서도 좋은 실적을 이뤄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미 답은 분명히 나와 있어요. 반복적으로 얘기되는 건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입니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아요. 응급 상황, 그러니까 외화유동성이 몰리는 상황같은 위급 상황에서는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게 비교적 쉬운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은 안 되거든요. 노동개혁은 기업과 노동자 입장이 극명히 다르거든요. 그 중간에서 정부가 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겁니다. 정부가 나서서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이 더 중하냐 설득해야 합니다. 경제가 살아야 일자리도 생기는 거고 소득도 올라가고 투자도 늘고 경제 선순환을 이룰 수 있잖아요. 이 일을 정책책임자들이 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개혁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사실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잖아요. 나름 성과가 있다는 게 핀테크 관련 은산분리 규제를 푼 건데요, 인터넷뱅크 하는데도 얼마나 힘이 들었습니까. 중국 같은 나라도 혁신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고 있는데요.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의식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봐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에 혁신적으로 경제를 이끌어나갈 힘은 기업에서 나오거든요. 기업들을 지원해 디딤돌이 되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걸림돌을 치워주는 겁니다. 기업들이 뛰도록 하는 거죠. 불필요한 규제를 거두어주는 것이 첫 걸음이죠."

-새해 들어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 도심에도 수소차충전소가 들어설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규제샌드박스가 규제 환경을 전체 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여기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면 확산될 수 있을 겁니다. 의미 있고 상징성 있는 계기라고 봐요. 규제 총량제가 됐든 규제샌드박스가 됐든, 네거티브 시스템이 됐든 꼭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곤 과감히 제거한다는 기본자세로 접근해야지 이벤트성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국의 의식이 왜 중요하냐면 명시화된 규제 못지않게 기업이나 시장에서 부담되는 것이 비명시적 규제입니다. 그림자 규제지요. 행정 절차 등 기업투자와 관련해 많은 부담을 주는 규제가 적지 않거든요."

-금융위원장 시절 규제개혁에 힘을 쏟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민간인 최초로 금융위원장을 맡았어요. 민간 출신이 금융위원장을 맡게 된 백그라운드를 보면, 금융산업이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좋겠다는 점과 해외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소위 국제금융통이라는 점이 작용한 거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는 국제금융대사를 했고요.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가지려면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금융위원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우선 역점을 둔 것이 금융산업의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었어요. 당시 금융산업 규제가 두꺼웠어요. 물론 꼭 필요한 규제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소비자 보호와 시장안정을 위한 규제들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준 벤 버냉키 의장을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압박이 강할 때인데요. 필요한 규제는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규제(more regulation)가 아니라 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꼭 필요한 규제는 있으니 전수작업을 벌여서 없앨 것은 없애자는 작업을 했지요.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는데, 금융위기가 터진 겁니다."

-이후 규제 개혁 작업이 중단됐나요.

"그 와중에도 기본적으로 규제의 합리화 기조는 계속됐습니다. 한 가지 예로 들자면 2008년 9월 금융위기 와중에도 금산분리 완화, 그러니까 은산분리 완화 작업을 계속 합니다. 그 때 국회에 가서 이런 얘기를 하면 먹히겠습니까. 규제를 오히려 조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는데요. 그 때 우리 논리는 규제 수준의 출발이 다르다. 우리는 출발할 때부터 높은 수준의 규제를 갖고 있는 구조라고 설득했습니다. 당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지분 상한이 4%였는데 1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은 9%로 올립니다. 지분율 상한을 높인 것은 산업자본과 은행자분의 벽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너무 높은 벽을 침으로써 금융산업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왜냐하면 리만 사태 원인의 하나가 경영진의 모럴해저드였는데, 통제되지 않은 경영권력의 남용이 문제가 된 거죠.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을 한 겁니다. 그래서 미국 Fed도 은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해서 산업자본의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주주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경영진의 무리한 단기이익추구 욕구를 제어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턱없이 높으니까 낮추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통과가 됐죠. "

-미국 Fed의 통화정책 변화가 올해 미국 경제에 좋은 시그널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겠습니까. 오는 24일 올해 첫 금통위가 열립니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 달라요. 한은의 정책목표가 물가관리,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또 거시경제도 봐야 하거든요, 이런 것들이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있어요. 물가관리를 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되는데, 그렇게 하면 시장안정이 훼손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 성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면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시점에서 어디에 비중을 두어서 결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한은이 나름대로 고민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돌이켜보면, 이미 전에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경기가 안 좋을 때 금리 인하 카드를 쓰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는데, 일부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생각을 해요. 문제는 금년에 어떻게 금리정책을 펴야 하느냐인데, 지금 분위기를 봐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치권 일각에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또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한미 금리차 문제도 제기됐었고요. 이제 이런 부분은 잦아들고 있어요. 성장이 위축되는 마당에 금리를 올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인플레이션율도 타깃 목표에 미달돼 있고요."

-1500조원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부채는 총량 문제 못지않게 속도와 구성을 봐야 합니다. 속도는 좀 위험하지만 정책적으로 조절하고 있고 또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성은 주택담보대출도 통제선 안에 있는 것 같지만, 안심할 수가 없어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출이 문제인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 채산성이 악화돼 대출로 유지하는 사업자가 적지 않거든요.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부채 관리는 잠시 방심이 큰 위기로 비화될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의 분석(저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역사상 거의 대부분 부채 문제였거든요.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 부채 대책이 좀 미흡하지 않습니까.

"두 가지 선제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미세조정이고 다른 하나는 근본적 대책입니다. 미세조정은 도저히 상환능력이 없는 부채는 시간을 끌지 말고 정리하는 게 낫습니다. 금리나 기간조정, 탕감이 있을 수 있죠. 다만 모럴해저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하면서 세계 각국의 부채조정을 했었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감안해 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집니다. 또 근본적인 것은 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겁니다. 결국 경제가 살아나야지요. 부채의 근본적 대책은 경제살리기입니다."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반도체 등 주력산업 부진도 우리 경제의 숙제인데요.

"정부가 각종 산업정책을 내놓고 인센티브를 제시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 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고 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이 다투어 투자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개혁과 노동개혁과 함께 정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정책이 불투명하면 기업들은 투명해질 때까지 투자를 연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합니다. 산업정책도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하지만, 저는 이제 정부가 나서서 무엇을 만드는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현장의 흐름을 기업들이 잘 알지 정책 당국자가 더 잘 알겠습니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공정거래법 개정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이 정부여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요.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 즉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모두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같이 추진하기에는 상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책에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 좋은데 한꺼번에 다 하기에는 무리인 정책이거든요. 공정거래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한다는 것은 좋은 목표고 반대할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지배구조에서는 정답이 없다고 하잖아요. 신속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기업경영 과정에서 오너십 경영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을 뛰게 해 경제를 회복시키고 그럼으로써 고용을 늘리고 파이를 키워 분배의 기반을 넓히는 데에 더 집중할 때라고 봅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하시며 여러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끄셨는데요. 오늘(16일) 마침 국민연금기금운용위가 열립니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 같은데요.

"대한항공과 한진칼과 관련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주권 행사에 대한 검토는 제가 이사장으로 있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기금이 불어나고 기업 지분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이 많은 기업의 주요 주주가 됐지요. 이제부터 국민연금이 국민의 자금을 운용하는 주체로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주주권 행사는 2010년 영국에서 도입된 후 현재 세계 20여개국에서 시행 중인데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어 이제 막 시작한 단계입니다. 현재 국내 상장회사 시총의 7% 가량을 국민연금이 갖고 있어요.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전문적이고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만 봐서는 안 될 사안입니다. 또 개별 기업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안정과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다 주도면밀한 검토를 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린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네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1안은 현행 소득대체율 40%와 보험료율 9%를 현형대로 유지하는 방안, 2안은 기초연금만 2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 3안은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로 책정하는 방안, 4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3%로 인상하는 방안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이사장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4가지 안 모두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가장 근본적인 목표인 재정안정에 충실하지 못 했습니다. 재정 자체에 대한 개혁으로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 배경에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겠지요. 연금재정 상황에 대해서 더 정확한 내용을 진솔하게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은 다음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후세 세대에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봐요. 이대로 가다가는 2040년 이후에는 소득의 3분의 1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거든요. 지금 보험요율을 적정선에서 인상하지 않으면 기금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거고 후세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민연금 작년 상반기 수익률이 -5.3%에 불과했는데요.

"수익률 제고 노력이 부족합니다. 노력한다고 금방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노력은 해야지요. 국민연금의 자금 포트폴리오를 보면 채권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PF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봐요. 현재 10% 수준은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너무 낮아요. 보다 우수한 투자전문가도 영입해야 하고요."

-세계경제연구원이 다음 주 세계적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대표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 예정이지요.

"예, 김수이(Suyi Kim)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이 달 24일 롯데호텔에서 초청 강연을 해요. 김수이 대표는 세계 주요 연기금 중 최고 수준의 수익경쟁력을 가진 CPPIB의 운용과 투자 전략, 글로벌 시장 동향에 대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CPPIB는 지난 5년 연평균 수익률이 12%나 됩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매우 저조한 우리로서는 한번 초청해 성공 노하우를 들어보자는 거죠." -국민연금기금 관계자들이 이번 강연을 꼭 들어야겠네요.

"연기금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기금을 불리는 것인데, 수익이 나면 재정은 저절로 안정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CPPIB의 수익률은 정말 놀라울 정도지요. 보통 다른 나라 연기금들 수익률은 4~5%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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