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이사장 칼럼 (2019.04.01)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9-04-01 10:06
조회
80

[전광우의 세계 경제 읽기] 26년만의 경상수지 적자 앞둔 중국… 세계경제의 '태풍'으로


중국 국가부채 가파르게 늘어… 경기 살릴 부양 수단도 제한적
미국도 경기 침체 초기 진입… 세계 1~4위 경제 모두 하향세
대내외 역풍 만난 한국 경제… 경제 정책 궤도 수정 시급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세계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글로벌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제대로 읽고 대처하느냐 여부에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로 국가 생존력과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는 오늘날, 세계경제 흐름에 대한 정보와 식견은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국제금융시장 동향 등 단기 변수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넓고 긴 안목으로 국가 정책과 기업 전략 수립을 위해 글로벌 인사이트를 키워야 한다.

금년 초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의 화두 중 하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balization)이었다. Slow(느리다)와 Globalization(세계화)의 합성어로 '느린 세계화'를 뜻하는 신조어다. 통상 마찰과 자국우선주의 확산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국제무역과 글로벌 협력 체제에 브레이크가 걸린 현 상황을 일컫는다. '성장 동력 약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요약되는 2019년 세계경제 전망은 현재 악화 일로다.

금리 역전은 본격 경기 침체의 서막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없으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준이 통화 긴축에서 경기 부양으로 갑자기 선회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비정상적 양적 완화의 정상화'가 늦춰지면서 최근 로버트 루빈 전(前) 미(美) 재무장관은 앞으로 경기 침체가 악화되면 '마이너스 기준금리'의 극약 처방이 불가피하리라는 경고를 보냈다. 미 연준의 통화 기조 전환은 12년 만에 첫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을 빚어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를 되살리면서 주가 급락과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흔히 금리 역전은 본격적 경기 침체의 서막으로 읽힌다.

3월 말로 예정되었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늦춰지고 향후 시나리오는 오리무중으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 침체 적신호는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어 경제 규모 세계 3, 4위 국가인 일본과 독일도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가장 큰 하방 리스크는 중국발(發) 돌풍 가능성이다. 지난 3월 15일 폐막한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는 과감한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적극적 금융 통화정책을 동원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대미(對美) 통상 마찰 후폭풍 차단 방안을 내놓았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바오류'(保六·6% 성장률 지키기)에 맞추어 올해 경기 부양에 투입될 자금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사용한 4조위안(약 7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경기 부양 수단 제한적

중국의 정책적 딜레마는 과잉 부채로 경기 부양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시진핑 주석은 금년 초 '중국이 당면한 국가 부채, 그림자(비공식) 금융, 부동산 거품은 회색 코뿔소'라며 철저한 대책을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는 '파장이 크지만 종종 간과되는 위험'이란 의미이다. 중국 부채는 규모 못지않게 가파른 증가세가 문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금융 위기 극복 과정의 무리한 재정 확대 후유증으로 지난 10년 사이 2배로 늘어났다.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로 정확한 통계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해 9월 말 중국 부채 비율이 이미 30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변곡점을 맞은 중국 경제의 단면은 국제수지 추이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금년도 중국 경상수지는 상품지수 흑자 폭 둔화와 해외여행 등 서비스지수 적자 폭 확대로 1993년 이후 첫 적자가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한때 GDP의 10%까지 치솟아 막대한 외환보유고 축적을 이끌었지만 작년에는 0.4%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면 중국의 거시경제 운용과 금융 시스템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파장을 주시해야 한다.

한국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경고

글로벌 교역 둔화의 피해가 두드러진 나라는 한국이다. 1월 중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권이고 1% 감소에 그친 G20 국가 평균보다 훨씬 떨어진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 감퇴로 이달 중 경상수지의 적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금년도 한국 성장 전망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1%로 낮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 기업 신용도 하락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 사절단은 한국 경제가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행기 조종사는 역풍이 심한 난기류를 만나면 안전 운항을 위해 '속도 조절'과 '궤도 수정'을 하는 법이다. 대내외 경제 역풍을 만난 오늘날, 최저임금 인상 과속을 시정하고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 하강에 대비한 경제 체질 혁신이 시급한 때다.

☞회색 코뿔소(Gray Rhino)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제기한 용어. 뻔히 보이고 경고도 계속 울리는데 실제 현실화되기 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는 위험을 의미. 코뿔소는 모두 회색인데 사람들이 검정이나 하양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착안,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 숨은 것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前 금융위원장]

조선일보, 2019.04.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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