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칼럼]금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조선일보 2013.12.16)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3-12-16 15:37
조회
23

금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


금년초 세계경제포럼(WEF) 초청으로 다보스로 출국하기 직전 주한스위스대사의 초대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대화를 나누던 중, 당신은 ‘S’자로 시작되는 나라와 인연이 깊은데, 즉 스위스(Swiss)에서 태어나 싱가포르(Singapore)대사를 거쳐 한국(South Korea)대사로 왔고, 또 세 나라의 공통점은 강소(Strong Small)국으로 성공(Success)했다는 얘기로 기억된다.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덕담이었지만 세 나라의 차이점은 무엇일가를 종종 생각하게된다.

얼마전 WEF의 금융부분 세계경쟁력 평가를 보면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의 하나는 금융경쟁력인것 같다. 스위스와 싱가포르는 1, 2위를 다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81위로 떨어졌다니 충격적인 대조가 아닐 수 없다. 다른 국제기관의 평가도 순위에 다소 차이는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인당 국민소득 6만불을 넘나드는 이 두 나라와 비교할 때, 2만불 시대를 넘어 선진국진입을 위한 우리의 과제를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지금은 물론 ‘금융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 ‘금융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은행관리부실로 인한 신뢰추락,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수익성 침체, 부진한 수익률과 낮은 거래량으로 활력 떨어진 자본시장,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심각한 인력구조조정, 국내시장을 떠나는 외국금융사의 탈출행렬 등 한국금융의 위기적 징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금융이 정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 모습도 걱정스럽다.

금융은 과거 반복적 경제위기의 원인제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나 영국 등의 경기회복이 보여주듯 경제부흥의 핵심촉매제는 금융의 힘이다. 또한 유로존 위기이후 처음으로 구제금융 딱지를 뗀 아일랜드도 유사한 케이스다. 창조경제 구현이나 중소벤처기업활성화, 나아가 기업 양극화 해소도 서비스산업의 꽃인 금융의 생산적 기능 없이는 불가능하다. 금융이 실물과 유리되면 버블을 키우고 제조업 대비 너무 커도 문제지만, 건강한 경제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금융 엔진이 잘 작동해야한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의 두 축인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금융은 파도’다. 그것이 금융의 양면성이고 불편한 진실이다. 잘못타면 배가 침몰하고 익사자도 생긴다. 그러나 잘 타면 살아있는 바다라는 역동적 생태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 파도가 없으면 생물도 못사는 죽은 바다다. 결국 파도를 어떻게 타는가는 금융인의 역량에 달려있고, 험한 파도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 정책과 예방적 감독이 중요하다.

금융강국 구현을 위한 해법과 로드맵은 자명하다. 첫째, 정부역할의 진화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 다만 정책초점은 시장기능 강화와 민간금융의 자생력제고에 맞춰야하고, 감독체계도 사후 징벌보다 사전 예방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경쟁촉진과 규제완화라는 최근 정책방향 설정은 맞지만 결국 실천에 달려있다.

둘째, 지배구조개선과 합리적 인사체계 구축이다. 금융경쟁력은 사람에 달려있다. 전문인력 육성은 능력과 성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인사보상시스템 확립 없이는 요원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발휘 할수 있는 안정적 거버넌스를 지향하되 엄격한 법 집행과 책임경영을 통해 모럴헤저드 소지는 줄여야 한다.

셋째, 글로벌 역량과 위상을 높여야 한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금융의 경쟁력과 글로벌화는 외국계 금융사들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도 중요한 만큼 규제개선 등 인프라 강화를 통해 국내시장의 판을 키우는 노력은 계속 필요하다. 금융허브전략의 허구성 비판도 있지만, 큰 비전이 담은 긍정적인 내용은 살려나가야 한다.

금년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들의 차별성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금융시장은 아직 불완전하고 금융의 재발견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면 착한성장과 좋은사회를앞당길 수 있고, 금융의 역동성 없이는 국가경제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이 강한 미래한국으로더 나아가는 2014년 새해를 기대해본다.



(조선일보 2013.12.16)

Facebook
Twitter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