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칼럼] 非常시기가 飛上할 시기다 (조선일보 2013.10.02)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3-10-02 15:32
조회
62

非常시기가 飛上할 시기다


입력 : 2013.10.02 15:02 | 수정: 2013.10.02 15:37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가장 위대한 공적은 뉴딜과 같은 특정정책의 도입이라기보다 국가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기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용기였다.” 지금부터 5년여 전 워싱톤 소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본부에서 만났던 벤 버냉키 의장의 말이다. “세계경제의 지속성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바는 ‘더 많은 규제’(More Regulation)가 아니라 ‘더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다”라는화두도 한 시간 남짓 가졌던 그와의 첫 공식면담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대처노력을 통해 보여준 버냉키의장의 행적을 내년 초 퇴임을 앞둔 지금 세삼 떠올리게 된다. 사실상 그는 재임 중 과감하고 창의적인 통화정책수단을 동원해 국제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고 미국경제회복의 모멘텀을 제공한 FRB 수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정책도 빛과 함께 그림자가 있게마련이고 특히 영양제나 진통제는 약효가 떨어질 때에 더욱 고통스럽다. 제로금리와 파격적인 양적완화는 불가피한 후유증을 수반하면서 출구전략 관련한 그의 발언에 금융시장은 요동친다. 한 위기의 종말은다음 위기가 잉태되는 시점이라는 표현이 실감나게 들리기도 한다.

지난 30년간 평균 3년에 한번 꼴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IMF 통계와 같이 지난 5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를 연달아 겪었다. 더군다나 최근 세계경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던 BRICs 등 신흥시장국의 위기조짐과 함께 G2의한 축인 중국의 경착륙 위험이 제기되기도 한다. 20년 장기불황을 타개하기위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기대보다 우려를 키우고 있고, 최악 시나리오를 일단 피한 남유럽의 근본적인 치유는 요원해 보인다. 미국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회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국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기는 이미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은 “썰물이 빠져나갈 때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상황이 어려워질 때 본 실력이 들어나고 차별화된다는 얘기다. 양적완화가 밀물이라면 양적완화축소는 썰물이다. 최근 인도나 브라질에서 볼 수 있듯이, 유동성 축소와 금리 상승의 충격은 재정이나 경상수지 등 기초체력이 취약한 비기축 통화국에서 훨씬 더 크고 금융개방체제 하에서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도 위험을 증폭 시키는 요소다. 환절기에는 허약체질이 감기 더 잘 걸리는 법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대외부채구조개선과 외환보유고확충 등 과거 위기극복경험을 살려 신흥국위기파장을 일단 비껴가고 있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도전적인 대내외환경의 높은 파고와 역풍을 헤쳐 나가기에는 잠재성장율 이하의 GDP실질성장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금융위기 수준이하로 낮아지고, 부동산과 증시 불황의 골이 깊은가 하면, 금융산업의 침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는 용수철 같아서 너무 오래 눌려있으면 탄력이 떨어져 잠재력 복구가 어려워지고 만성질환이 종종 급성질환보다 완치가 힘들다고 볼 때 저성장의 고착화를 타개할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륙할 때 뒷바람이 불어야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다만 맞바람을 이륙에 활용하려면 무거운 기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강한 힘, 즉 양력(揚力)과 추력(推力)이 필요한데 이 힘은 무엇보다 바른 방향과 빠른 속도에서 나온다. 올바른 정책기조와 강력한 추진력이 도약의 관건이란 얘기다.

정책적 우선순위를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의 선순환 촉진에 둬야할 시점이다. 연구개발이란 R&D 못지않게 개혁(Reform)과 규제완화(Deregulation)라는 또 다른 R&D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급하다. 정책추진력은 국민과 시장의 신뢰로부터 나온다.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과 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이 신뢰확보에 더욱 중요해진다. 나아가 경기회복의 촉매제는 투자심리라고 보면 경제의 심장이요 혈맥인 금융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 비상시기에 국가생존력은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에 달려있고 선제적 위기관리의 최선책은 금융시스템 강화다. 도전의 시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기위해 국민적 역량을 결집 할 때다.




조선일보 2013년 10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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