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칼럼] ‘빨간불’ 켜진 중국경제, 파장에 대비해야(서울경제 2018.08.21)

작성자
세계경제연구원
작성일
2018-08-2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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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전광우 칼럼] ‘빨간불’ 켜진 중국경제, 파장에 대비해야

中, 美 관세폭탄에 첫 경상적자
실물경제 침체 속 국가부채 심각
中경제 경착륙 가능성 안심못해
中의존 낮추고 리스크 관리해야



  • 2018-08-21 17:35:02
  • 사외칼럼



전 금융위원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전광우 칼럼] ‘빨간불’ 켜진 중국경제, 파장에 대비해야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오늘날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현대 경제사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급부상해온 중국이 내우외환에 봉착하고 있다는 위험 징후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무역전쟁은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의 추가 관세에 중국도 맞불을 놓고는 있지만 초호황기를 맞은 미국보다 중국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의 올 상반기 경상수지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중국은 무역전쟁의 대외적 충격보다 더 심각한 내부 경제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올해 미국 주가지수는 상승한 반면 중국은 20%(달러 기준) 폭락해 세계 주요국 중 최악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이자 아시아 1위를 견지해오던 중국 증시가 이달 초 일본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미국 증시 시총은 31조달러를 넘어 6조달러 수준인 일본과 중국의 5배에 달한다. 올해 주가지수가 중국보다 많이 떨어진 나라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와 아르헨티나 정도다. 위안화 급락 등 금융 시스템의 불안과 소비·투자 감소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로 중국은 이미 경기쇠퇴기에 들어섰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든다.

중국 경제 최대의 복병은 위험수위에 달한 국가부채다. 중국 총부채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300%를 넘어 신흥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고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못 미치는데 부채만 선진국 수준으로 늘어나면 재정 건전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부채 증가는 가계·기업·지방정부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로 통제가 쉽지 않고 급격한 부채 축소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당국의 부채 감축 드라이브에 따른 신용 경색과 자금 압박으로 기업부도율은 급증하고 은행권 부실도 늘어난다.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최근호는 지방정부의 과잉 중복투자와 부채 증가의 단적인 사례로 ‘톈진시의 추락’에 관한 특집기사를 냈다. 중국 31개 성시 중 지난 2000년 이후 줄곧 경제성장률 최상위를 지켜온 톈진이 지난해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보도다. 중국판 맨해튼 금융센터 프로젝트의 실패로 초고층건물의 공실률은 70%에 이르고 노동비용 상승으로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베트남과 인도로 대거 이탈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축소라는 인구구조 악화도 상황을 어렵게 한다.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도 흔들린다.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빠졌다. 무리한 사업이 빚은 과도한 부채와 악성 상환 조건으로 중국의 ‘채무제국주의’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파키스탄·미얀마·몽골 등 개발도상국들의 대중국 채무가 위험수위에 달하고 78개 참여국의 평균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파키스탄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미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미국은 IMF와 세계은행(WB)에 거부권을 가진 유일한 나라다. 반면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브릭스(BRICS)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과는 부진하다.

지난 40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이적인 ‘하드웨어’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이제 갈림길에 섰다. 최대의 당면과제는 내부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극복이지만 국제사회의 규범과 법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 즉 ‘소프트웨어’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면 ‘중국몽(夢)’은 멀어진다.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글로벌스탠더드에 역행하면서 독재정권 지원이나 환경 폐해와 같은 부작용을 키운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과잉 부채와 부동산 거품으로 촉발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 아직은 제한적이더라도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지금 우리로서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째 연속 하락해 외환위기 이후 20년래 최악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가 나오는 판에는 더더욱 그렇다. 최근의 터키 리라화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확실시된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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